육아/일기

"애들이 나보고 장애인이래"

힘내자헛둘 2019. 11. 19. 15:17

 

 

 

"애들이 나보고 장애인이래"

 

저녁을 먹으며 아이가 하는 말에

어떻게 반응을 해야할지 몰라 한동안 멍하니 있었다.

 

그 짧은 순간에도 아이는 우리 눈치를 보고 있었다.

빠르게 답을 하지 않으면

아이는 또 자신이 뭔가 실수했다고 생각할 거고,

더 이상 어떤일이 있었는지 우리는 듣지 못했을거다.

 

부모가 걱정한다고 생각을 해서 였을까?!

자기도 모르게 어떤 실수를 해서

지적을 받을 거라고 생각해야 였을까?!

 

항상 그래왔다.

우리 반응을 확인하고 더 이야기를 하던가,

아무일 아니라며 말을 하지 않는다.

 

 

 

 

 

 

먼저 아이의 감정이 어떤지 물었다.

 

그래서 그말을 들으니까 기분이 안 좋았어?

 

아니, 우리반에 전학온 친구가 있는데
OO가 걔보고 나 장애인이라고 했어.

그래서 과학실 갔다 오다가 전학온 친구가
나 장애인이냐며 깜짝 놀랬어.

 

다행히 친구들이 놀리는 상황은 아닌거 같았다.

그래도 아이가

'장애인'이라는 말을 부정적으로 생각할까봐

간단힌 설명을 해줬다.

 

어울림반에 있는 EJ 언니는
휠체어를 타고 다니지?

그렇게 팔이나 다리가 불편한 친구들은
몸에 장애가 있는 친구야.

그리고 HH, HY, 너 처럼
몸은 불편하진 않지만,
머리속에 생각하는 주머니가 작은 친구들도
장애가 있다고 해.

다른 친구들보다
머리속에 생각하는 주머니가 작기 때문에
그 친구들보다
글자를 배우는 시간도 더 걸리고,
수학을 배우는 시간도 더 걸리는 거야.

남들보다 시간이 더 걸릴 뿐이야.

처음 3학년 됐을때만 해도 책 읽는게 어려웠지?
하지만 지금은 천천히 다 읽을 수 있고,
지금은 더하기 빼기도 조금은 할 수 있잖아.

 

친구들은 곱하기도 배워.

 

그래, 지금은 어렵지만 계속 노력하면
곱하기도 할 수 있어.

그래도 혹시나 친구들이
자꾸 "장애인"이라고 이야기하고,
그게 기분이 나쁘면
엄마, 아빠나 선생님께 꼭 이야기해야 되.

 

 

 

 

 

 

며칠전에 아이 엄마가

학교에서 아이를 데려 오면서

친구들이 하는 이야기를 들었다고 한다.

 

앞에 지나갈때는 서로 손 인사도 하고 그랬다는데,

 

뒤에서는...

 

"쟤~ 장애인이야~"

 

그 아이들이 하는 이야기가

아무런 의미 없이 서로 주고받는 것일 수도 있지만,

 

장애인이야~ 라는 말이

"낙인"처럼 들리는 것은 어쩔 수 없나보다.

 

 

 

상처없이 자라기를 바라지만

우리가 모르는 사이에

이미 많은 상처를 받고 있나보다.

 

내년이면 오빠가 중학교 2학년이 될텐데

그럼 공부하는게 지금보다 많아지고 힘들겠다며

지나가듯 이야기 했더니

자기도 2학년을 해 봤다고 한다.

 

2학년 때 많이 힘들었다며,

3학년인 지금은 그 때보다 조금 더 힘들다고......

 

한번도 힘들다는 말은 없었는데.

 

 

 

 

 

 

내년이면 고학년이되고,

그동안 함께했던 특수반 선생님도 바뀐다.

 

새로 바뀐 선생님은 어떨지

새로 함께할 아이들은 어떨지

벌써부터 여러 걱정이든다.